동세호 논설실장(한국외대 특임교수. 언론학 박사)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방침을 밝히자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이냐며 찬반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11일 먼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기 위해 올해 초2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2024년부터는 초3~2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 밀착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1일 성명에서 이미 몇몇 시·도교육청에서 전수평가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자율이라는 것은 허울이라며 일률적 평가잣대로 국··수 등 지식교과를 중심으로 한 문제 풀이 수업 등 획일화와 사교육 활성화도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는 초중고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가려내 학습결손을 보충한다는 취지에서 1986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국가가 설정한 교육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등을 측정해 정책용 기초 자료로 확보하자는 취지입니다.

이 평가는 처음에는 일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전수평가로 실시했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표집평가로 바뀌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전수평가로 전환돼 '일제고사'로 불렸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수평가는 폐지와 부활이 반복돼왔습니다.

교총 등에서는 기초학력 저하를 막기 위해 전수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반해 전교조는 학교별 줄 세우기라며 폐지를 주장해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시절인 2017년 다시 전수평가 방식을 폐지해 이른바 일제고사는 사라졌습니다.

일제고사는 시도별 학교별 줄 세우기 논란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일제고사가 사라지면서 교육수요자 입장에선 지역별 학교별 교육수준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사라졌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교육수요자 입장에선 전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청 또는 단위학교가 교육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수조사가 사라진 후 가장 큰 문제는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 비율이 크게 늘어난 점입니다. 거기에다 코로나 학력저하 현상까지 겹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10%를 넘어서자 전수평가 부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수학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중·고교 모두 10%가 넘는 등 학포자(학업 포기자)’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방침이 나온 것입니다. 교육부는 일단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전수평가'에 대해 일제고사의 부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일각에서는 일제고사의 부활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참여를 원하는 학교에 한정하여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존 평가와는 별개로 희망학교에 대해서만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집중 지원한다는 설명입니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 이를 지원한다는데 전교조가 왜 일제고사 부활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할까요? 학생들이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는 것을 완화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와 학교간 실력차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전수평가를 하면 교사간 학교간 격차는 여실히 드러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성적이 학교별로 공개되고 학교평가와 성과급 평가, ·도교육청별 특별교부금 배분 등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 과목은 고교는 국어 영어 수학이 기본이고 중학교는 여기에 사회와 과학이 추가됩니다.

학력미달 학생이 나오는 것은 학생 개인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다른 반, 다른 학교보다 유독 많다면 교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전교조는 일제고사 형식의 학업성취도 평가에는 극구 반대해온 것입니다. 교사평가 자체를 반대해온 전교조로서는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이에 반해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제대로 학교 공부를 따라가고 있는지, 또는 전국적 수준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꼭 이런 요구를 반영하는 평가는 아닙니다. 우수와 보통,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로만 표시해 알려줍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력 저하를 우려해 일제고사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교총측은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개인별 학력에 대한 진단과 평가 피드백은 필수라고 주장합니다. 표집평가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학교별 학력 파악이 어려워지면 그만큼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평가결과 산출도 구체적 점수 공개방식이 아닌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등 4단계 구분에 불과합니다.

교육계 한 인사는 "학업성취도평가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져 있는 만큼 평가결과에 민감한 주체는 학생이 아닌 기초학력 미달 비중이 높은 단위학교나 교육청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쟁이 배제되면 평균학력 수준이 낮아지고 교육의 질 저하와 수월성교육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공교육 체제하에서 개인의 기초학력 보장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일찍 찾아내 가르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줄 세우기 우려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학력저하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입니다.

동세호 hodong21@sb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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