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세호 논설실장(한국외대 특임교수. 언론학 박사)

지난 927일 서울 유명사립대학 인문사회관 1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마다 학생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길게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강의시간에 늦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

짐짓 무표정하게 핸드폰에 시선을 처박은 학생들이

뒤섞여 비좁은 복도에서 길게 줄지어 소형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8층 건물 두 동이 맞붙은 대형 강의동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고작 2대뿐.

고층에 있는 강의실에 오르기 위해 10여분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다.

교수도 마찬가지, 학생 대기줄에 섞여 어색한 동행을 해야 한다.

국내 대학중 적립금이 제일 많기로 소문난 대학에서 매일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등록금 연 1000만원 시대에 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걸까? 

대학이 가장 기본적인 교육시설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이다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두고 열악한 교육여건은 외면하고 있다.

 

대학들은 14년째 등록금 동결로 돈 씀씀이가 어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도 꺼리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현재 사립대학들은 적립금 명목으로 대학마다 수십억에서 수천억 원을 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적립금은 등록금, 후원금 등으로 받은 학교의 수익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돈이다. 적립금은 교육시설의 신·증축 및 개·보수, 학생 장학금, 교직원의 연구 활동 지원 등에 쓰도록 돼 있다.

 

문제는 대학들이 대학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대학재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적립금 재원의 대부분이 기부금이고 등록금은 일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명문대학을 빼고는 기부금도 미미한 현실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립대학들은 정작 적립금 활용을 통한 교육환경 개선과 장학금 지원에는 인색하다.

엉터리로 예산대비 결산액을 부풀려 '예산 외' 비용은 고스란히 적립금 형식으로 대학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대학들은 적립금의 대부분을 학교의 재산이 되는 건축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건축과 부동산 매입을 위해 적립금을 쌓아두고 재원은 등록금에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적립금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재단 전입금 한 푼 없이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대학도 이미 절반을 넘었다.

 

이런 적립금 규모는 20222월 기준으로 홍익대가 7300억 원으로 제일 많고 이화여대가 6300억 원, 연세대가 6100억 원, 수원대 3700억 원, 고려대 3500억 원, 성균관대 3000억 원 순이다

1천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둔 대학만 19개에 달한다.

사립대학들이 쓰지 않고 쌓아둔 적립금만 8조원이 넘는다. 전문대까지 합치면 모두 106천억 원.

이렇게 많은 돈을 대학적립금으로 쌓아두고 돈이 없다고 볼멘 소리만 한다.

 

특히 운영이 부실해 교육부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한 대학들 상당수가 적립금 규모 상위권에 올라있다. 일부 부실대학은 적립금만 쌓는 '수전노 대학'이라는 오명을 쓰고 법원판결로 등록금을 일부 환불해주기도 했다.

 

대학 발전을 위한 장기계획에 대비한 적립금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학생들의 교육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투자나 지원에 나몰라라 한다면 적립금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학 적립금이 재단 재산 불리기용으로 쓰여서는 안된다대학 등록금이 학생들을 위해 쓰이지 않고 용도 불명의 적립금으로 잠자고만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동세호 hodong21@sb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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